2011.07.17 21:55

한 호흡의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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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조각가가 사람 얼굴을 조각할 때는 요령이 있다고 한다. 코는 될수록 크게, 눈은 될수록 작게 새긴다는 것이다. 코는 처음에 크게 만들어놔야 나중에 작게 깎을 수 있고, 눈은 작게 새겨놔야 나중에 크게 고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 반대로 한다면 어떻게 될까? 작게 새긴 코를 다시 늘릴 수 없고, 크게 새긴 눈을 작게 고칠 수 없다. 그러니까, 처음 조각할 때 나중에 수정할 수 있도록 얼마간의 여지를 남겨둬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세상 살아가는 이치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어떤 사람은 모든 일을 딱 부러지게 처리한다. 처음부터 Yes와 No를 확실하게 해둔다. 물론 좋은 태도이다. 하지만 그렇게 선을 딱 그어놓으면 나중에 ‘아니다’ 싶어도 바로잡기 힘들어진다. 세상살이가 수학공식처럼 매사 정확하게 맞아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딱 맞게 조각해 놓은 눈은 나중에 크다는 느낌이 들어도 다시 작게 바로잡을 수 없고, 딱 맞게 조각해 놓은 코는 작다 싶을 때 크게 바로잡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순간적인 판단에 의해 함부로 말을 해놓고, 그 말 때문에 행동제약을 받는 경우를 더러 경험했을 것이다. 자신의 생각과 판단이 전부라고 착각할 때가 많지만 사실은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것들도 많다. 그러니 그만큼 실수할 가능성도 커진다.
 
세상살이가 너무 각박하다고들 합니다. 코는 좀 크다 싶게, 눈은 좀 작다 싶게 해놓고 차츰차츰 다듬어 나가듯, 우리 일상생활에도 그런 ‘한 호흡의 여유’가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삶은 물론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훨씬 아름답고 풍성하게 만들어 갈 수가 있을 것입니다.

순천 기뻐하는교회 주보큐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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